비인간과 사랑을 하는 영화 추천영화
비인간과 사랑을 하는 영화
키보드를 두드려 모니터 너머에 있는 이성과 감정을 주고 받는 <접속>의 시대가 이제는 키보드도, 모니터 너머의 이성도 필요 없이, 만나줄까 만나누지 않을까 나를 좋아할까 안좋아할까의 고민도 필요 없는 시대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사람따위 필요 없다. OS와 사랑을 나누겠다. 그것이 바로 2014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허, 그녀>의 이야기였죠.
어떻게 OS와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좀만 더 생각해보면 OS와 사랑에 빠지는 일이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목소리며 말투 등 실체가 없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을 똑같이 표현해 냅니다. 그리고 감정선까지도 같죠. 그러면 대화를 하는 동안은 그저 사람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꺼에요. 그런데 말이죠, 이 OS가 내 기호를 비롯한 내 정보들을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내게 100% 맞춤 서비스를 한단 말입니다.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하는 방법이라던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준다던가 영화를 보여준다던가, 심지어 사람 자체를 그대로 이해까지 할 수 있다면? 그런 고차원의 OS라면 그까이꺼 쉽게 시작하게 되겠죠. 하지만 치명적인 부분이 있죠. 실체가 없어서 만질 수가 없다는 것. 사랑을 하게 되면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고 쪽쪽거리고 싶고 섹스 하고 싶고 하게 되잖아요. OS는 실체가 없기 때문이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이 요망한 OS 기집애는 그 부분마저 해결을 해주죠. 심지어 남자의 숨겨진 본능을 끄집어내주면서 말입니다.
이런 OS와 연애를 하게 되면 보통 사람과는 연애하기 어려워질 거 같습니다. 보통 사람과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게 되면 사랑도 하고 잘 만나다가도 싸우게 되거나 감정적인 변화를 맞이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게 왜 일까요? 그건 각자의 니즈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과 사람이기 때문에 그 각자의 부분들이 맞지 않고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에스와는 그럴 걱정이 없습니다. 오에스에게 니즈란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불만 하나 없이 내 입맛을 맞춰주는데, 굳이 사람과 맞춰가려는 노력을 하고 존심을 구기기도 하고 속앓이도 하고 선물 사며 돈도 쓰고 할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죠. 그래서 <쵸비츠>라는 만화가 일찌감치 나와 A.I와 인간의 사랑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그래서 그런 인공지능들이랑 행복하게 잘 살라는 이야기냐 라고 하신다면 그런 류의 사랑을 보여주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닐까 합니다. 남자와 OS는 끊임없는 대화를 나눕니다. 아마 그것은 실제로 만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더욱 더 간절해 하며, 애닯아 하며, 자신들이 뭔가 엄청난 연애물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그렇게 소통을 하고 관심을 갖고 하죠. 물론 OS쪽은 맞장구를 쳐주는 것뿐이지만 그런 소통들이 있기 때문에 더 그 감정선이 두터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도 마찬가지겠죠. 함께 있기 때문에 만나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소통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착각하며 혹은 그 자체로 소통이라고 착각하며 정작 서로가 나눠야 할 진심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니 아이러니하게도 OS와 인간이 하는 사랑을 더 진실된 느낌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냉정하게 생각하면 별거 아닐 그 결말도 사람에 따라 애잔하게 느끼는 이유겠죠.
그래도 OS와의 사랑은 양반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그건 뭔가 사람같은 느낌이라도 있으니까 말이죠. 2008년 개봉했던 영화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의 주인공 라스는 리얼돌을 사랑하고 있는데요. 수줍음이 좀 많아서 그렇지 사람 좋기로 소문난 라스가 어느 날 형과 형수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하겠다며 데려온 것이 바로 비앙카라는 이름의 리얼돌이었습니다. 그녀를 소개 받은 모두가 놀랐지만 라스만큼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 리얼돌을 여자친구처럼 대했죠. 그런데 재밌는 것은 라스의 주변 사람들이었죠. 라스가 상처받지 않도록 비앙카를 진짜 사람인 것처럼 대해줬으니 말입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라스가 상처를 받을까봐 혹은 비앙카에 대한 호기심으로 그녀를 사람 취급해줬는데, 어느 순간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러워져 버렸단 말이죠., 식사자리나 피크닉 등에서도 비앙카는 사람들로 부터 사람 대접을 받게 됩니다. 그러자 비앙카는 유명인사가 되어버리고 마을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일련의 사건과 과정들을 통해 라스의 감정변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작위적인 부분없이 이어지는데, 라스의 발전하는 감정들은 뭔가 걸음마에 성공하기까지의 아기를 보는 기분도 듭니다. 라스가 부디 세상과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살결을 느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면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네요.
2003년작인 <섹스 마네킹>도 비슷한 영화입니다. 모쏠인 케네스가 리얼돌을 구입해 연애를 하기 시작하죠. 하지만 케네스에게는 라스를 받쳐주던 지원병들이 없었기 때문에 뭔가 이야기가 점점 스릴러형태로 변해갑니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와 비교하면서 봐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 반전보다는 케네스가 갖게 되는 섹슈얼 환상을 보는 맛이 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리얼돌과는 조금 다른 공기인형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가 일본에서 나옵니다. 공기인형역으로 배두나가 나오기도 했던 2010년 개봉작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기인형>이 그것이죠. 참고로 이 영화는 이 테마에 어울릴만한 영화라며 영화사랑님께서 추천해주신 영화입니다.
튜브형태의 섹스 대용품인 공기인형 노조미는 자신을 사람처럼 대해주고 사람처럼 사랑해준 주인 히데오 덕분에 사람의 감정을 갖게 됩니다. 이 영화가 앞서 소개해 드렸던 영화와 다른 점이라면, 그 영화들에선 인간의 입장만 나왔다면, <공기인형>은 인형쪽의 입장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인형이 사람을 사랑했을때의 이야기인 것입니다. 노조미는 사람 세상이 궁금해서 밖으로 나왔다가 말도 배우고 사람의 행동도 배우게 됩니다. 급기야 비디오가게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죠.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준이치를 사랑하게 됩니다.
튜브형태의 몸이다 보니 무언가에 찔려 바람이 빠지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람 빠진 노조미를 발견한 준이치는 구멍으로 숨을 불어넣어 노조미를 원상복구 시키죠. 이 장면이 꽤 인상적인데, 노조미가 얼굴을 붉히게 됩니다. 섹스 대용품으로 태어나 수많은 섹스를 해봤을 노조미지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흥과 흥분을 느낀거죠. 그렇게 노조미는 공기펌프를 버리게 됩니다. 공기펌프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준이치가 다시 자기 몸에 숨을 불어넣어주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하지만 준이치는 노조미가 공기인형이란 걸 알고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책임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던걸까요? 그녀가 섹스대용품이기 때문일까요?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인형을 사랑하던 남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네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준이치가 아니라 원래 주인인 히데오였다면 노조미를 공기인형 그 자체로 사랑해주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죠.
이런저런 일들을 겪고 노조미는 자신을 만든 사람을 찾아가 자신의 존재성에 대해 묻습니다. 그러자 노조미를 만든 사람은 “마음이란 걸 갖고 나서 본 세상은 괴로운 것만 있었어? 아름다운 것도 있지 않았어?”라고 되묻습니다. 세상에 대한 경험이 적은 노조미에게 진짜 인간들의 세상은 한없이 아름다워 보였기 때문에 자신이 괴로운 것은 자신이 공기인형이기 때문일거라고 생각했던거였죠. 하지만 그녀가 만나온 영화 속의 여러 인간들 역시 모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진짜 인간들의 세상이 노조미의 생각처럼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거였죠.
A.I. (2001)
Artificial Intelligence: AI
- 감독
- 스티븐 스필버그
- 출연
- 할리 조엘 오스먼트, 주드 로, 프랜시스 오코너, 브렌든 글리슨, 윌리엄 허트
- 정보
- SF,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 144 분 | 2001-08-10
2001년 개봉작 <A.I>의 데이빗 역시 노조미와 비슷했습니다. 데이빗도 자신이 왜 진짜 사람처럼 사랑을 나누며 함께 살 수 없는지, 그럼 자신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궁금해 했고 자기 자신을 만들었던 사람을 찾아가게 돼죠. 그러다 만난 지골로 조는 미래 사회에서 만나는 인간을 대신하여 인간과 육체적인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모습을 엿보게 해줍니다. 주드로가 연기한 지골로 조는 섹스로봇이었습니다. 그가 짧게 보여주는 인간과의 매춘행위는 여러 생각을 하게 해줍니다. 물론 리얼돌도 섹스를 위한 것이지만 이런 A.I와는 비교불가겠죠.
A.I와는 별개로 프로그래밍 된 그녀도 있습니다. 미쿠짱처럼 그녀도 프로그래밍 되어 많은 사람들의 워너비가 되었죠. 2003년 개봉작 <시몬>은 한 감독과 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너리즘에 빠진 한 영화감독의 광팬이던 한 개발자가 영화감독에게 사이버 여배우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을 유품으로 남기고 사망하게 됩니다. 감독은 그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누구 하나 싫어할 수 없는 외모와 성격과 연기력의 여베우 시몬을 만들어냅니다. 스타가 된 시몬 그리고 시몬의 인기가 커져갈 수록 두려움이 커지는 감독. 이런 둘의 관계와 계속 거짓을 만들어내야 하는 감독의 모습등이 영화의 재미였죠. 전세계수많은 사람들이 시몬을 열광적으로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녀가 홀로그램이며 사이버 속에 존재하는 여배우임을 알았어도 그랬을까요? 물론 미쿠짱처럼 알고도 사랑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노조미처럼 쉽게 보여지거나 버려졌을 수도 있겠죠. 아무리 신기해도 대부분의 인간은 인간을 향해 있으니 말입니다.
정말 인간이 아닌 대상을 사랑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많이 있더군요. 인어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1984년작 <스플래쉬>인데요, 어린 시절 만났던 남자를 만나러 인간으로 변신해 인간세상으로 온 인어 아가씨는 다리에 물이 뭍으면 인어로 바뀌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국 인어인 자신을 만천하에 드러내게 되었죠. 남자는 이런 인어아가씨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그런 와중에 수족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인어아가씨에게 사랑고백을 하는 남자의모습은 꽤나 사랑스럽습니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가 디즈니의 것이 아닐까 할만큼 동화적이고 예쁘장하죠. 인간이 아닌 대상과의 사랑이야기로 찾아낸 영화 중에 가장 동화적인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그럼 좀 이색적인 대상을 사랑한 이야기는 없을까요? 영화사랑님의 추천이었던 <웜바디스>는 훈남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인간 여자의 이야기였고, <천녀유혼>은 귀신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뭐, 왕조현 정도의 귀신이라면 내 영혼을 모두 드리오리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아까 <A.I> 이야기를 했었는데, 최근에 개봉했던 <엑스마키나> 역시 A.I와의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고 이단헌트님께서 제보를 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뿅님께서 추천해주신 <스플라이스>는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인간도 동물도 아닌 새로운 생명체와의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의 모습으로 변이한 이 생명체와 인간 남자가 섹스를 하는 장면도 있는데, 이 생명체는 자신이 관심 갖는 대상의 성별에 맞춰 자신의 성별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더군요? 물론 이런 내용때문에 개봉 당시 굉장히 논란이 많았던 영화이기는 합니다만, 사랑 그 자체를 볼 수는 없더라도 육체적으로 그리고 미묘한 감성 나눔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사랑 행위를 엿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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