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의 영화 리뷰 표절하는 영화리뷰 기사


블로거들의 영화 리뷰를 쓰다 보면 다른 블로거의 리뷰를 참고하거나 영화리뷰 기사를 참고하거나 해서 글을 쓰기도 합니다. 자신의 생각이 이러한데, 그 걸 글로 표현하기가 애매하거나 할 때 그러기도 하고, 뭔가 정보를 더 하고 싶을 때 다른 이들은 어떻게 썼나 참고하고 싶고 하기 때문이죠. 어디까지나 전문적으로 혹은 상업적으로 글을 쓰지 않는 영화리뷰를 쓴지 얼마 안 되는 이들이 하는 행동입니다. 그런데 글을 쓰는 것으로 수입을 얻는 전문 직업군이 그렇게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죠.

1인 미디어가 활발해지며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어도 글을 꽤 잘 쓰고 자신의 생각을 꽤 잘 정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그런 글들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가 되었고, 어떨 때는 전문적인 사람들보다 나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사진이라던가 글이라던가를 양심 없이 그대로 가져다 쓰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안 들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건지 아니면 "우리 같은 곳에서 네 글(이나 사진)을 올려 줬으면 영광이지"라는 생각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작권이라는 자각이 전문적으로 있어야 할 곳에서 그런 어설픈 방식들을 쓰는 건 이제 좀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군요. 그래서 흐름을 읽거나 제대로 된 생각이 있는 언론 매체에서는 블로거들의 글을 공유하는 채널도 마련해 두고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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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운영 중인 영화 팟캐스트에서 <마더 앤 차일드>라는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영화 검색을 한 적이 있습니다. 2011년 4월 말에 썼던 제 리뷰를 바탕으로 영화 정보를 언급하게 되는데, 그 정보에 틀림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그러다 보니 "노동과 세계"라는 한 인터넷 언론 매체가 검색이 되었고, 그곳에 2011년 5월에 올라간 <마더 앤 차일드>의 영화리뷰 기사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무언가 리뷰 내용이 제가 썼던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이 기자도 비슷한 감상을 한 건가 하는데 그냥 제 리뷰를 보고 쓴 거더군요. 왜냐면 제가 영화를 보고 제 감상을 쓴 문장을 이 기자는 영화 속 대사인 줄 알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썼기 때문이죠.



http://worknworld.kctu.org/news/articleView.html?idxno=240386 
"노동과 세계" 강상철 기자가 쓴 <마더 앤 차일드> 영화리뷰 기사.





http://peacenlove.pe.kr/50109907581 마더 앤 차일드 리뷰.



다른 문장들은 변형했어도 저 문장은 대사인 줄 알고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썼다는 것도 재밌지만, 결국 이 영화를 보지도 않고 리뷰 기사를 썼기  때문에 이 문장이 대사인지 아닌지도 몰랐다는 것도 재밌습니다. 그리고 문장을 변형하느라 나오지도 않는 장면을 나온 장면처럼 표현한 부분도 있었던 것도 그래서였을 테죠. 이따금 영화 리뷰들을 보면 정말 영화를 본 것 같지도 않은데 리뷰 기사들을 토해내는 기사들을 보곤 하는데, 그들도 이런 식으로 글을 쓰는 것이었을까요.

어쨌든 해당 기사의 작성 기자로 나와 있는 강상철 기자와 "노동과 세계"에 해명과 기사 삭제를 요구하는 글을 보냈습니다. 답장이 없군요. 특히 기자에게 보낸 메일은 수신확인도 됐고 그 메일 안에 걸어둔 링크를 타고 들어온 것도 확인됐는데 말입니다. 여전히 기사도 올라가 있고요. 수년 전 글을 가지고 왜 이러느냐 네가 뭘 하겠느냐 이런 생각인 걸까요? "노동과 세계"라는 이 언론매체는 심지어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대변하는 매체인 것 같은데, 다른 이들의 글쓰기 노동이나 자신들의 업자에 대한 노동에 대한 자각은 없는 것 같아 굉장히 유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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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들의 영화 리뷰를 언론 매체가 기사에 인용하거나 표절하는 경우는 심심치 않습니다. (사진 같은 건 두말할 것도 없죠.) 그래서 언젠가부터 블로그에 리뷰를 정성껏 쓰는 일이 싫어졌죠. 블로그들끼리의 표절과 기자가 표절하는 건 상당히 다른 얘깁니다. 이걸 뭐 상도덕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개념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의 글은 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재배포 하지 말라 이런 식으로 못 박으면서 남의 글은 그대로 가져다 쓰는 거 상당히 웃기는 일이죠. 이런 영화 하나 제대로 보지도 않고 제대로 글도 쓰지 못하는 기자나 언론 매체가 다른 것들은, 다른 일들은 제대로 보고 제대로 알고 쓰는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요즘도 계속되는 블로거의 글을 베끼는 기사들,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쓰는 리뷰 기사들에 대해 한 번쯤 이야기하고 싶어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영화가 보기 싫었거나 시간이 없었다면 원하는 블로거나 원하는 작가의 글을 정당하게 구입해서 기사화하세요. 그게 글 쓰는 사람들끼리 정당한 방법 아니겠습니까? "노동과 세계"나 강상철 기자같이 블로거의 리뷰를 가져다 쓰는 경우는 제법 많을 겁니다. 특히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확실한 분야라면, 확실하게 정당한 방법으로 일을 진행하세요. 당장 찾아지지 않는다고, 당장 발견되지 않는다고, 그걸로 어떻게 하지 못할 일개 개인인 블로거라고 멋대로 하는 건 문제 있습니다. 그만큼 매체로써 기자로써 자각도 능력도 발전도 없다고 스스로 밝히는 일이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