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영화 추천] 이미 세상은 바보들의 세상인데 바보영화는 왜 봐
+ 딸 바보 +
2001년작 숀펜, 다코타패닝 주연의 <아이엠샘>은 딸바보 아빠가 나오는 대표 영화입니다. 7살의 지능을 갖고 있는 지적장애인 샘은 커피전문점에서 일하며 어린 딸과 살아갑니다. 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비틀즈 노래에서 이름을 따와 루시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줍니다. 자신을 낳자마자 엄마는 도망가고 아빠는 7살의 지능을 가졌는데도 루시는 밝게 자라갑니다. 외출공포증을 가진 이웃집 사람과 샘과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샘의 친구들과 함께 매일매일 따뜻함과 관심 속에서 자라 왔기 때문입니다.
▲ 다코타패닝 평생짤이랄까..
루시가 7살이 되면서 샘의 지능을 추월해버리자 루시는 점점 아빠의 현실적인 부분을 뭣도 모른체 느끼게 되고 학교 공부를 등한시하면 아빠보다 똑똑해지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학교 수업을 게을리 하게 됩니다. 그때문에 사회복지기관에서 샘과 루시를 찾아오고 지능이 낮은 샘이 양육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루시를 시설로 옮기게 됩니다. 샘의 전부인 루시를, 루시의 전부인 샘을 떼어놓는 장면은 안타까움이 절절합니다.
샘은 루시를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찾아가게 되지만 이런 지능 떨어지고 가진 것 없는 샘을 누가 도와줄까 싶었습니다만, 한 스타변호사가 스스로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샘을 돕게 됩니다. 미셸파이퍼가 변호사로 나오는데 역시 멋있습니다. 아무튼 첫만남은 순수하지 못했지만, 결국 샘과 한 마음이 된 변호사는 샘과 루시가 다시 함께 살 수 있도록 굉장히 애쓰지만, 샘과 샘의 친구들이 모두 장애들이 있어 증언이 쉽지가 않습니다.
2012년작 류승룡, 갈소연 주연의 <7번방의 선물>은 샘보다 지능이 한 살 더 적은 6살 지능의 류승룡 아빠가 나옵니다. 용구는 딸 예승이와 함께 열심히, 즐겁게 서로 챙겨주고 사랑해가며 살아갑니다. 샘과 루시처럼 용구와 예승이도 남들 보기에만 바보아빠일뿐 매일매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것이죠.
하지만 용구와 예승에게도 문제는 발생하고 맙니다. 용구가 살인 누명을 쓰게 되면서 교도소에 가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다행히도 예승이는 똑똑한 아이여서 혼자서도 이것저것 잘 처리하는데 더 문제인건 교도소 안의 용구였죠. 예승이가 걱정되서 안절부절 못하고 예승이, 예승이 하며 교도소 안을 돌아다니다 미움을 받기도 하지만 용구에게는 예승이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예승이는 아빠의 교도소 친구들에 의해 교도소로 밀반입되게 됩니다. 그렇게 교도소 안에서 용구와 교도소 아저씨들과 함께 살아가게 되는데 언제까지나 교도소에서 살 수 만은 없는 노릇이었죠.
과연 샘은 루시와, 용구는 예승이와 다시 옛날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요? 비슷한 소재와 캐릭터지만 사뭇 다른 전개와 결말은 어떤 식으로든 이 두 바보를 그리고 두 바보의 딸을 오래 기억하게 할 것 같습니다.
+ 달리는 바보+
1994년작 <포레스트 검프>의 바보 포레스트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에게 달리기 소질이 있다는 것을 알고 달리기로 학교도 생활도 군대도 모든 것을 해내게 됩니다. 그리고 본인은 과일회사로 알고 있었지만 애플에 투자한 돈이 잘되어 부자가 되기도 합니다.
▲ 포레스트 검프와 포레스트 이름의 실존인물 포레스트 나단 베드포드
바보 포레스트에게서 볼 수 있는 재밌는 점은 바로 포레스트 검프의 이름입니다. 영화 속에서 보면 어머니가 남북전쟁 당시 유명한 장군의 이름을 따서 포레스트 검프의 이름을 지은 것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그 장군이란 사람은 KKK단의 창단주였고 백인들 사이에서조차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백인우월주의자도 아니었고 흑인들과도 친하게 지냈던 현명해보이던 어머니가 왜 아들에게 그런 이름을 지어줬을까요? 영화는 왜 그런 이름을 준걸까요?
포레스트 이름을 검색해보면 포레스트 나단 베드포드라는 KKK단의 창단주가 나옵니다. 노예제도도 고수했던 남군의 장군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이름을 굳이 쓴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의도한 것이겠죠. 포레스트는 백인입니다. 하지만 지능이 낮은 바보죠. 백인들의 잘난 듯 하던 것 뒤에 가려진 치졸함을 지능 낮은 백인으로 표현한게 아닐까 합니다. 포레스트는 백인 제니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지만 이때 제니도 소외계층의 대표 멤버로 나옵니다. 그리고 포레스트는 후에 흑인들에게도 이런저런 양보를 받고 챙김을 받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백인우월주의자의 이름을 딴 포레스트가 어눌하고 바보이며 흑인 등 소외계층에게 도움을 받고 살아가는 것과 포레스트 인생의 사회성이 포함된 에피소드들은 계속 백인우월주의를 가진 미국을 헤집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포레스트의 이름 자체로 비뚤어진 백인우월주의와 그 사회를 비꼬고 있는 것이죠. 백인우월주의에 찌든 미국을 정화시키는 인물로 바보 백인인 포레스트 검프를 내세운게 아닐까 합니다.
2006년작 <맨발의 기봉이>는 엄마 없으니는 죽고 못사는 효자 기봉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봉이 역시 8살의 지능을 갖고 있지만 달리기 하나만큼은 최고였습니다. 동네에서 궂은 일을 하고 얻은 음식을 좀 더 빨리 엄마에게 주고 싶은 마음에 맨발로 집까지 달려간다고 해서 맨발의 기봉이로 불리우는데 나이 먹어가는 엄마가 이가 없어 마음대로 음식을 먹을 수 없자 엄마에게 틀니를 해드리기 위해 전국 아마추어 하프 마라톤 대회에 나가게 됩니다. 기봉이역을 맡았던 신현준은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 역 외에 큰 임팩트를 남긴 연기가 없었다가 맨발의 기봉이를 통해 어머니 역의 김수미씨와의 케미로 평생의 캐릭터와 좋은 이미지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 두 영화의 여러 표현이나 의미들은 다르지만, 장애라는 사실보다는 그들이 가진 능력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으며, 그 능력을 통해 바보와 사회와의 관계 등을 이야기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껍질은 바보지만 달리기라는 하나의 능력을 통해 이들이 사회와 어떤 유대관계를 갖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행복도 달리 깨닫게 됩니다. 맨발의 기봉이에서 고구마를 맛있게 먹는 시늉을 하며 고구마를 건네는 기봉이에게 엄마가 넌 사는게 그렇게 행복하냐라고 묻자 기봉은 서슴없이 "네!"라고 외칩니다. 포레스트 역시 자신의 삶을 불행하다라고 여긴 적이 없었구요. 그리고 그들은 달리기라는 능력으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었고, 소외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은 다수가 원하는 그럴듯한 삶이 아니라 소박하게 자신의 스타일대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진정한 해피맨들이었던 것입니다.
+ 형제 바보+
1998년작 <레인맨>은 아버지가 엄청난 재산을 자폐증으로 인해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형에게 남겨 놓고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동생 찰리와 그 바보 형의 이야깁니다. 빚이 있던 찰리는 자신의 몫을 받기 위해 형을 찾아가 보호자를 자청하며 형을 데리고 병원 밖으로 나옵니다.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던 형때문에 비행기는 꿈도 못 꾸고 걸으며 여행을 하게 됩니다. 동생역을 맡은 탐크루즈와 형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의 케미가 의외로 좋고 워낙 연기호흡도 좋은데, 숫자를 모조리 외우는 능력의 형을 이용해 도박장에서 돈을 따는 동생의 모습들에서 특히 그 호흡이 잘맞는 연기를 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결국 남보다 먼 사이였던 이 둘이 형제애를 갖게 되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형이 아기가 다치면 안된다고 "아기가 다치면 안돼, 찰리가 다치면 안돼"하고 부들부들 거리는 장면은 찡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연기 덕에 더스틴 호프만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영화도 작품, 감독, 각본상까지 받게 됩니다.
2003년 이정재 이범수 주연의 <오브라더스>가 레인맨과는 반대의 캐릭터로 그러니까 거액의 상속이 돈이 아니라 빚이었던 그리고 동생이 아닌 형이 동생을 데리고 다니는 우여곡절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동생은 바보가 아닌 조로증 환자인 어린이였기 때문에 그 차이는 있습니다.
+ 부모의 바보 +
2009년작 원빈, 김혜자 주연의 <마더>는 아들 도준이 바보로 나옵니다. 도준이가 바보가 된 이유는 엄마에게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그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엄마 오브 엄마의 마인드인지 엄마는 항상 도준에게 정성을 쏟습니다. 그런 도준이 한 소녀를 무참히 살해한 범인으로 지목당하면서 엄마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게 됩니다. 사실 이 영화는 바보가 메인이 아니라 맹목적인 모성애를 자랑하는 엄마가 메인인 영화인데, 마더의 바보는 좀 색다릅니다. 워낙 아름다운 원빈의 얼굴입니다만, 극중 도준의 얼굴은 이중적인 표정을 짓곤 합니다. 한없이 바보스럽다가도 어느 순간 굉장히 멀쩡한 표정으로 묘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찌그러진 얼굴쪽과 찌그러지지 않은 쪽의 얼굴은 바보와 정상의 묘한 간극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더의 엔딩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은 마더가 전면으로 나와 있는 아들 구하기 엄마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를 조종하는 아들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정말 바보인지 바보인척을 하는건지, 그리고 왜 그런 짓을 하는건지 자신을 그렇게 만든 엄마를 향한 복수인건지 이런 연장선의 이야기로 막판에 모든 것을 뒤집어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석양이 비추는 버스 속에서 미친 듯 춤을 추는 엄마의 모습은 모든 죄책감과 괴로움으로 점철된 것이었을겁니다. 그런 무거운 추를 가슴에 달고도 그 엄마는 죽지를 못하겠죠. 말아톤에서 초원이 엄마가 초원이보다 하루 더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던 것과 같은 이유일겁니다. 이 영화는 알고 보면 소름끼치는 영화인겁니다.
지난 주 개봉한 영화 <초콜렛 도넛>은 아직 보기 전입니다만, 굉장히 기대하고 있던 영화고 꼭 볼 예정인 영화입니다. 초콜렛도넛, 디스코, 해피엔딩 스토리를 좋아하는 다운증후군 소년은 홀로 남겨져 살아가고 있는 가여운 아이였습니다. 말이 다운증후군이지 바보라고 불리우고 있기 때문에 소외당하고 있었죠. 그런 소년을 거두어주는 것은 옆집 남자뿐이었습니다. 소년과의 가족애가 커질수록 남자는 소년을 아들로 받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연인과 함께 양육권을 위한 재판을 하지만 세상은 그 커플을 소년의 부모로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그건 그들이 게이커플이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 말의 미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실제로 동성애자로 커밍아웃을 했던 알란커밍이 이웃집소년을 가족으로 품는 남자로 나오고 그 완벽한 연기력에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다운증후군 소년역을 맡은 아이작 레이바 역시 이 영화가 첫영화인데 연기를 잘한다고 하더군요. OST라인을 보니까 음악도 굉장히 좋을 것 같아서 빨리 이 영화를 보고 싶은 마음 뿐입니다. 이 아이가 바보이건 육체의 병을 가졌건 아니건 상관없이 나와의 유대관계, 가족애로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건 법적으로 처리할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 그냥 바보 +
1998년부터 1991년까지 총 4편의 영화가 나왔던 영구와 땡칠이 씨리즈는 정말 지금봐도 재밌습니다. 특히 4편 홍콩할매귀신은 요즘 애들도 좋아합니다. 제 조카에게 한번 보여줬는데, 그 뒤로 이따금 영구홍콩할매귀신 없냐며 찾습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인트로에도 있는데, "어린이 여러분 모두 다함께 영구를 불러볼까요~"라고 나레이션이 나오면 극장안의 친구들이 다같이 "영구야~"하고 부르면 영화는 적절함 텀을 갖고 있다가 영구야를 불렀을때쯤 창호지문이 박차고 열리며 영구가 "영구 없다~"하는 오프닝이 있는데, 이건 저희때나 먹힐거라고 생각했는데 조카와 조카 친구들도 그걸 거리낌 없이 외치더군요. 이건 세대불문 어린이 친구들에겐 모두 먹히는 스킬인 것 같습니다. 바보 영구와 영구의 개 땡칠이가 동네 친구들과 함께 활약하는 영화는 정말 최곱니다.
▲ 지금까지도 패러디 되고 있는 혀붙기 신공
1994년 <덤앤더머>는 짐캐리라는 배우를 알게 해준 영화였습니다. 죽마고우 로이드와 해리는 돈을 모아 함께 애완동물가게를 하는 것이 꿈인 친구들이었습니다. 로이드는 운전기사 일을 했는데 자신이 모시던 여주인이 일부러 놔둔 돈가방을 들고 여주인을 쫒아 해리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여주인에게 둘 다 마음을 뺏기기도 하죠. 지금까지도 여러 코미디 프로에서 패러디 되는 장면들이 많이 있는 영화입니다. 최근에 덤앤더머2가 개봉했습니다. 20년만의 해리와 로이드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기회인데 사실 덤앤더머투는 몇 년전에 나왔습니다. 비록 짐캐리와 제프 다니엘스가 나온 것도 아니고 감독이 같았던 것도 아니었지만, 해리와 로이드가 처음 만나는 그들의 젊은 시절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쫄딱 망했습니다. 짐캐리와 제프 다니엘스가 없는 덤앤더머가 성립될리가 없었던거죠. 아무튼 덤앤더머는 "진짜 이것들이 사람이야 뭐야" 할정도로 백치지만 한없이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어니스트 7 - 슬램 덩크 (0000)
Slam Dunk Ernest
0- 감독
- 존 체리
- 출연
- 짐 바니, 실크 코자르트, 미구엘 A. 누네즈 주니어, 제이 브라조
- 정보
- 코미디 | 미국 | 93 분 | 0000-00-00
80년 말부터 90년말까지 시리즈가 굉장히 많은 어니스트 시리즈가 마지막으로 추천해드릴 바보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감옥에 갔던 이야기랑 학교에 갔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바보지만 순진하고 착한 청소부 어니스트가 각종 장소에서 온갖 웃긴 에피소드를 엮으며 이야기들을 진행하게 되는데, 감옥가다에서 죄수 대신 전기 의자에 앉았다가 안죽고 자석인간으로 변해 감옥을 탈출하는 얘기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장면입니다.
어니스트역을 연기했던 짐바니는 무려 49년생이었는데, 지난 2000년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저에겐 언제나 순박한 바보 하지만 엄청나게 웃겼던 바보 그 옛날의 어니스트로 영원히 기억될 겁니다. R.I.P
금주 개봉작 소개와 함께 본 내용을 팟캐스트로 듣고 싶으신 분은 아이폰 : https://itunes.apple.com/kr/podcast/tteodeuneun-salam/id954839466?mt=2 아이폰 이외 : http://www.podbbang.com/ch/8398 를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본 포스팅 내용은 19화입니다. 팟캐스트나 팟빵에서 "떠드는 사람"을 검색하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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