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영화 언노운우먼] 여자로써 성장하는 건 어떤 기쁨인가요? 혐오스런 일생의 이레나가 묻습니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언노운 우먼은 국내개봉은 2009년에 했었습니다. 아직도 커다란 스크린에서 본 창백하디 창백한 그 얼굴과 고독과 두려움에 가득 차 불안해 하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는 영화입니다.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이름은 많이 들어보셨을겁니다. 시네마천국, 스타메이커,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등의 영화로 유명한 감독입니다. 무언가 거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보통은 한 마을에서 일어나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상당히 환상적인 아련함으로 예술성과 휴머니즘을 함꼐 거머쥐고 진행되는 영화들을 만들어내는 감독입니다. 그리고 그의 영화가 완성되는 것에는 엔리오 모리꼬네가 있습니다. 그의 영화 음악을 맡아 오는 엔리오 모리꼬네 그의 영화를 좀 더 환상적이게 만들어줍니다. 언노운 우먼 역시 엔리오 모리꼬네가 환상적이면서도 아련한 느낌의 모호함을 완성 시킵니다. 주인공 이레나가 보여주는 그 처연한 표정과 엔리오 모리꼬네의 음악이 합해지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아픔을 느끼게 됩니다. 



언노운 우먼 (2009)

The Unknown Woman 
8.5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크세니야 라포포트, 피에르프란체스코 파비노, 알레산드로 하버, 클라우디아 제리니, 미첼 프라치도
정보
미스터리, 스릴러 | 이탈리아, 프랑스 | 119 분 | 2009-07-01


영화의 초반부는 이레나는 이름의 여자가 낯선 나라에 흘러 들어와 계속 무언가를 에메고 다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의 눈은 시종일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차 있는데 이레나 역을 맡은 크세니야 라포포트는 언노운 우먼을 통해 알게 된 배우인데 정말 연기력과 매력이 장난 아닌 배우였습니다.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눈으로 모든 감정을 보여주는 배우는 흔하지 않는 편인데, 크세니야 라포포트는 영화 내내 그녀가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사랑과 그리움, 고통, 후회 분노 등을 모두 눈빛으로 보여줍니다. 굉장히 신비롭고 놀라운 배우였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이 영화를 꼭 극장에서 보라고 추천했었는데 그녀의 눈빛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곳이 극장 스크린이었을 것이기에 추천했었던 거였습니다. 그 표정과 얼굴, 눈빛은 시간이 흐른후에도 기억에 남아 있고 그녀의 표정 하나를 기억할때마다 그때 느꼈던 그 아픔이 다시금 상기될 정도였습니다. 



아무튼 이레나가 찾아다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플래시백을 통해 보여주는 그녀의 과거는 굉장히 참혹했습니다. 참혹한 여자의 인생이었던 쥬세페 감독의 전작이었던 말레나의 말레나와 비교를 해보자면, 적어도 이레나에 비해 말레나는 행복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이네나는 혐오스런 일생 그 자체였습니다. 


이레나는 누가 물어보지 않아도 "친구 소개 시켜줄까요?"라고 합니다. 낯선 땅에 혈혈단신으로 온, 아니 자기가 살던 그곳에서도 친구란 그림자도 없었을 것 같은 그녀에게 소개 시켜줄 친구같은 것은 없었을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건 아마도 자신이 혼자임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겠죠. 


그녀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창고와도 같은 자신의 집 창문에서 건너 편 건물의 한 집을 유심히 관찰하곤 합니다. 미심 쩍고 기묘한 행동을 하는 그녀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이 유심히 지켜보던 그 집의 가정부를 사고사로 위장해 반신불구를 만들어 버리고 대신 그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그 기묘함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녀가 그 집의 가정부를 사고사로 위장해 처리하고 그 집의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그 집의 음식 취향을 맞춰 가면서까지 그 집에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뭐였을까. 이 여자가 이 집 부부에게 이토록 신뢰를 얻으려고 하는 이유가 뭘까 굉장히 궁금했었습니다.


▲ 그 집에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를 뒤져 그 집의 입맛을 완벽하게 맞춘 요리를 하고 가정부로 취직합니다


그녀의 목적이 그 가정인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이 너무 불운하여 이 완벽해 보이는 가정의 안주인 자리를 꿰차는 것이 목적인가 싶지만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에는 항상 그 집의 어린 딸 떼아가 있었습니다. 머리색깔도 뽀글거리는 머리카락도 외모도 뭔가 굉장히 닮은 것 같은 그 아이를 이레나는 항상 신경 썼습니다. 부모 몰래 떼아에게 이것저것 훈련을 시키는 이레나. 


▲ 떼아의 약점을 극복시키기 위해 스파르타 훈련 중 


사실 이레나는 자신이 살던 곳에서 매춘 일을 했었습니다. 보통의 매춘과는 달랐습니다. 아기를 낳는 공장 마냥 성폭행과 다를 바 없는 섹스를 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아이 얼굴도 보기 전에 그 아이를 뺏기는 삶을 반복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삶이란, 가정이란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일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됩니다. 아홉번째 임신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사랑으로 낳은 첫 아이였죠. 하지만 그녀에겐 행복이란 있을 수 없었습니다. 


▲ 집주인 남자의 양복을 곱게 눕히고 자신도 곱게 차려 입고 나란히 누워 양복의 손목을 움켜쥐는 장면이 상당히 처연합니다.

얼마나 그리움에 목이 메여 있는지 보여주며 항상 기묘하기만 하던 그녀를 한없이 가엽게 느끼도록 합니다.


이레나의 소원은 한가지였습니다. 딸을 되찾는 것도, 가정을 갖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모두 그녀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유일한 자식인 딸이 여자로써의 삶을 예쁘고 즐겁고 건강하게 자신처럼 망가지지 않고 행복한 미래를 보장받는 그 삶을 지켜 보고 싶었던 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삶은 너무도 혐오스러웠습니다. 그녀는 그런 소원조차 빌 수 없는 그런 빌어먹을 인생을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녀가 결국은 죽지 않고 버텨 살아 남음에 여생의 선물이라도 얻게 되는 걸까요. 참혹하리만큼 우울해져버리는 그 기분에 보게 되는 그녀의 미소는 나도 모르게 "아 다행이다"라고 읊조리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죽지 않고 살아 있음에 드디어 어쩌면 그녀는 평온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에게는 그녀의 소원대로 여자로써 자라나는 느낌에 대해 이야기해 줄 삶의 마지막 선물이 있었습니다. 마치 그 오랜 세월을 잘 견뎌주었다는 듯 보상처럼 그녀를 미소짓게 합니다. 


언노운 우먼은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면서 그녀의 삶을 한조각씩 추리하도록 합니다. 추리를 완성했다 싶을 때쯤 그 추리는 틀렸다 다른 떡밥을 주마-라는 듯 또 다른 추리를 하도록 합니다. 하지만 그 끝 이야기까지 눈치채든 못채든 추리를 하는 과정에서 이미 이레나의 처절한 삶을 관객 스스로가 관통해버리기 때문에 그녀와 통감하게 되버리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캐릭터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감정이입을 하도록 하는 연출법과 편집법도 정말 탁월한게 아닌가 합니다. 


아마도 쥬세페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상업성을 띄고 있는 영화일겁니다. 스릴러, 미스테리를 동시에 갖고 있고 이레나의 과거를 통해 관음증도 유발시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결국 언노운 우먼은 이레나 그녀의 창백하리만큼 하얀 얼굴과 수 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그 눈빛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후유증이 야기되는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류와 코드가 맞고 감정이입이 잘 되는 분들은 이 영화를 상당히 오래도록 기억하시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언노운 우먼의 곳곳에 있는 설정들은 모두 이레나의 현재 상태, 심리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레나 집의 화분이라던가 이전 가정부와 통장이라던 등이 말이죠. 그런 설정들과 함께 이레나의 심연을 추적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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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 내용은 11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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