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추천영화] 자기결정권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 인사이드 아임 댄싱
2004년작 영국영화 <인사이드 아임댄싱>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얼굴은 제임스 맥어보이정도입니다. 제임스 맥어보이를 처음 본 영화이기도 한데, 전혀 나니아 연대기나 그 밖의 다른 영화들과 그를 매치 시키질 못했다가 후에 이 영화 주인공인 로리가 제임스 맥어보이였다는 사실에 살짝 놀랐었습니다. 왜 매치 시키지 못했냐면 인사이드 아임댄싱에서 제임스 맥어보이는 근육장애가 있는 장애인으로 나왔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금발로 나옵니다. 이 영화를 볼때만해도 많은 여자들의 워너 남친 제임스 맥어보이보다는 마이클로 나오는 스티븐 로버트슨이 훨씬 눈에 띄었었는데 말이죠.
▲ 알고 보면 누군지 아는데 이걸 먼저 보고 딴 걸 보면 얘가 걘지 걔가 얜지..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얼굴과 손가락 두 개를 제외하고는 움직일 수 없는 근육퇴행성 질환을 앓고 있는 로리와 로리보다는 좀 더 자유롭지만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는 마이클이 우정을 나누는 이 영화는 주인공부터가 장애인들이다보니 장애인의 삶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은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함께 살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려주기도 했고, 중증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어떤 식으로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아마 장애인이나 장애인과 관련된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를 현실적인 장애인의 삶이나 장애인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지원에 대한 것들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영화로만 봤을때는 꽤나 좋은 성장영화입니다. 그들이 안타깝고 불쌍하고 하는 느낌이 아니라 보통의 성장영화들이 그러하듯 그들도 똑같이 마음의 벽으로 넘어 서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설 안에서 자란 모범생 스타일의 마이클에게 시설 캐리그모어는 세상의 전부였습니다. 그래서 그 안에서의 생활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만족이라는 것이 뭔지 생각하지도 못할만큼 그저 순응하며 살아갔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입소한 로리가 캐리그모어의 하나하나에 간섭을 하게 되면서 모든 것이 당연하다 여기며 살아오던 마이클은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내 안에서 나는 춤을 추고 있다는 영화 제목처럼 그들은 스스로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하는 육체에 갇혀 자유를 갈망할 수 밖에 없고 남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기 결정권이라는 것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타인에게 의지해야 하는 삶이었죠.
▲ 이 영화 외 출연작에서는 여기서만큼의 연기 느낌을 느낄 수가 없는게 아쉽습니다
하지만 마이클은 그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성장했고, 로리는 얻을 수 있는 모든 자유를 갈망하며 자기결정권을 주장하는 성격으로 살아왔으니 마이클이 보기에 로리가 얼마나 신선하고 놀라웠을까요. 항상 머리가 짧아야 하는 시설 안의 중증장애인즐 머리를 보며 "관리하기 편하기 위해 취향을 무시하지 말라"라는 의견을 내보이는 로리는 마이클의 인생에 파란을 일으키기 충분했습니다.
물론 그들이 있던 캐리그모어 시설이 그리 문제가 있었던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마이클이 시설을 떠나 독립하고 싶어 했을 때 원장이 그리도 섭섭해 했겠죠. 하지만 장애인이 아닌 원장이 제아무리 그들을 위해 뭔가 하고자해도 결국 장애인을 향한 고정관념이었을 뿐이었습니다.
사실 마이클은 장애인이 아닌 사람이 보기에 돌봐주기 아주 완벽한 장애인이었을겁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온순하고 착하고 말 잘듣는, 그를 돌봐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 잘듣는 장애인은 더할나위 없는 착하고 좋은 장애인이었던거죠. 이렇게 돌봐주는데 말이라도 잘들어야지 같은 거랄까요. 하지만 그건 장애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입장에서 가지는 아주 근본적인 고정관념이었던겁니다. 사사건건 트집잡는 것 같은 로리는 돌보기 힘든 장애인일테지만 사실은 로리가 맞는겁니다. 나도 펑크머리가 하고 싶고 여자도 만나고 싶고 클럽도 가고 싶다- 이런 욕구와 자기결정권을 장애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은 불공평한 일인 것이죠. 전동휠체어를 타고 킥보드를 타는 아이들과 경주하는 유쾌함을 가진 로리에게 있어 장애는 그저 불편함 그 자체일뿐 불공평한 대우를 받을 이유는 아닐겁니다.
그래도 그들도 역시나 장애인으로써의 괴로움을 갖고 있었습니자. 중증장애인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일도 쉽지 않고 심지어 자살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좋아해버린 여자를 떠나보내고 사랑의 시련을 앓게 된 마이클과 그런 마이클을 위로하는 로리와의 장면은 인사이드 아임 댄싱이 하고 싶은 말이 모두 들어있고, 가장 마음에 많이 남는 그런 최고의 장면입니다. "강에 빠져 죽고 싶어도 난간이 높아 죽는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다" 이 한마디로 모든 것을 정리하죠.
이 영화를 추천해드리는 이유는 장애인의 삶을 알아라 라거나 장애인이 이만큼 힘드니까 장애인이 아닌 너는 투정부리지 말고 잘 살아라 이런 것만 있는 건 아닙니다. 물론 장애인의 삶을 어느 정도 들여다보고 영국의 장애인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것도 보면 좋겠고,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기본 조건이 갖추어진 것에 감사하는 것도 좋은거지만 이 영화를 추천하는 건 영화 연출이나 연기도 좋고, 항상 반짝이고 살랑살랑하는 예븐 남자, 예쁜 여자가 나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하는 성장영화 말고도 이런 식의 성장영화도 있다는 것을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떠드는 사람 say +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깊은 밤이나 새벽쯤에 조용한 상태에서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는 이 영화를 영화제에서 한 번 보고 집에서 다시 봤었는데 홀로 조용히 어둠 속에서 보는 감흥이 상당히 큰 영화입니다. 땅을 훑는 오프닝과 하늘을 보는 엔딩의 차이도 느껴보시고, 마이클과 로리의 우정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육체의 장애가 있냐 없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을 아느냐 모르느냐인 것 같습니다. 육체에 장애가 있더라도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것을 추구하던 로리가 육체에 장애가 없지만 자기가 원하는 것도 모르고 자기결정권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보다 얼마나 의미있게 살아갔습니까. 그냥 살아지니까 살아가는 것, 뭐 꼭 의미 있어야 돼? 라면서 방종하는 것이야 말로 아이고 의미없다~겠죠.
금주 개봉작 소개와 함께 본 내용을 팟캐스트로 듣고 싶으신 분은 아이폰 : https://itunes.apple.com/kr/podcast/tteodeuneun-salam/id954839466?mt=2 아이폰 이외 : http://www.podbbang.com/ch/8398 를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본 포스팅 내용은 16화입니다. 팟캐스트나 팟빵에서 "떠드는 사람"을 검색하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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