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 언제쯤 이름을 올릴 수 있을까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1부


아카데미 시상식은 정말 이상합니다. 꼬장꼬장한 노인네들의 향연일 정도로 아카데미는 굉장히 보수적이고 자기들만의 시상식이며 백인 남성 중심의 시상식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와 코드가 맞지 않은 그러니까 튀는 스타일의 스탠리 큐브릭이나 쿠엔틴 타란티노, 크리스토퍼 놀란 등은 시상식에서 좀처럼 만날 수가 없었죠. 하지만 뭐 어떻겠습니까, 그들의 명성이 이런 상패 한 두개 거머쥔다고 달라지는 것도 아닌걸요. 하지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좀 달랐습니다. 디카프리오가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했고 그 꽃미모가 넘쳐 나서 연기력이 좀 가려졌을 뿐 연기력도 나쁘지 않았죠. 이제 좀 받을 때가 됐는데 받지 못했습니다. 왜 못받았을까요.



길버트 그레이프 (1994)

What's Eating Gilbert Grape 
9.2
감독
라세 할스트롬
출연
조니 뎁, 줄리엣 루이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메리 스틴버겐, 달렌 케이츠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18 분 | 1994-06-11
다운로드




그의 첫 희망고문은 1994년 아카데미 시상식이었습니다. 이때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길버트 그레이프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영화로 길버트 그레이프라는 남자의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였는데, 길버트 그레이프를 연기했던 배우는 조니뎁이었죠. 여기에서 디카프리오는 막내 동생 어니로 출연하는데, 정신연령이 낮은 저능아인데다가 틈만 나면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길버트의 골칫거리 중 하나로 나왔었죠. 길버트의 골칫거리는 어니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여동생도 골칫거리었고 거대한 몸집의 엄마도 골칫거리였습니다. 그런 길버트의 가족과 삶을 보여주며 길버트가 올곧이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어떤 것들을 경험하고 느끼는지 감정이입해서 보시면 그 엔딩의 여운이 굉장히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그런 영화입니다. 어니를 연기했던 디카프리오가 74년생이니 갓 스무살을 넘겼던 때였네요. 이 나이에 하는 연기라고 하기엔 정말 연기를 잘해서 어르신 말투로 참기름통에 빠졌다 나온거 같이 맨질맨질하게 생겨서 연기를 참 잘한다는 생각을 했었었죠. 그래서 그 어린 나이에 쟁쟁한 경쟁자들과 함께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걸겁니다. 이때 그와 함께 후보에 올랐던 것은 '도망자' - 토미 리 존스, '쉰들러리스트' - 랄프 파인즈, '사선에서' - 존 말코비치, '아버지의 이름으로' - 피트 포스틀스웨이트- 였씁니다. 영화제목이나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 후보군에서 이제 막 스무살을 넘긴 디카프리오는 그저 영광스러웠겠죠. 이때 수상자는 도망자의 토미리 존스였습니다.


그 후로 디카프리오는 꽤나 유명한 영화들을 여럿 찍었습니다만, 시상식과는 인연이 없던채로 세월이 흘러갑니다.



그렇게 2000년대가 되어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됩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디카프리오에게 특별한 감독입니다. 마틴 스콜세지는 아카데미에 걸맞는 감독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아, 페르소나라는 것은 감독이 자신의 세계를 대변해줄 배우로 특정배우를 꼽아 놓고 그 배우와 오래 연기했을 때 그 배우는 그 감독의 페르소나라는 얘기를 합니다. 마틴스콜세지의 최근 페르소나는 디카프리오인데,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에 의해 영화 세계가 커졌지만, 디카프리오와 함께 했던 마틴 스콜세지의 작품들은 감독 자체는 돋보이나 캐릭터의 깊이에서 넓게는 영화까지 그 깊이가 깊어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마틴 스콜세지의 이전 페르소나는 로버트 드니로였는데,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등 마틴스콜세지와 로버트 드니로와의 짝짝꿍은 작품 자체나 캐릭터가 굉장히 돋보였으며 그 내공이 남달랐던 영화였습니다. 아마도 그런 배우의 차이때문에 근래의 마틴 스콜세지 영화가 많이 날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에비에이터 (2005)

The Aviator 
7.9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블란쳇, 케이트 베킨세일, 존 C. 라일리, 알렉 볼드윈
정보
로맨스/멜로, 어드벤처, 드라마 | 미국, 독일 | 169 분 | 2005-02-18


그리고 2005년 에비에이터란 영화로 남우주연상으로 다시 한번 후보에 오르게 됩니다. 케이트 블란쳇과 케이트 베킨세일과 함께 나왔던 에비에이터는 어린 나이에 하워드 휴즈의 삶을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영화계의 마이더스로 떠오른 하워드 휴즈는 당대 최고의 섹스심벌 여배우들을 발굴해냄과 동시에 그녀들을 자신의 연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쾌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것에만 자신의 행복을 두지 않고 점점 자신의 욕망을 다른 분야에까지 뻗치게 됩니다. 어려서부터 비행기 조종 취미를 가졌던 하워드는 새로운 비행기를 만들어 세계 비행기록을 경신하며 항공재벌까지 되게 되는데. 하워드 휴즈에게는 비밀이 있었죠. 어쨌든 이 영화는 아카데미를 노리고 만든 영화였기 때문에 그가 후보에 못오를리가 없었습니다. 후보들도 레이의 제이미 폭스, 네버랜드를 찾아서의 조니뎁, 호텔 르완다의 돈 치들,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는데 꽤 해볼만한 싸움이었다고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레이에서 제이미폭스가 장님 연기를 너무 심하게 아주 찰지게 잘해버려서 남우주연상은 제이미 폭스가 타게 됩니다. 



블러드 다이아몬드 (2007)

Blood Diamond 
9.2
감독
에드워드 즈윅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코넬리, 디몬 하운수, 카지소 쿠이퍼스, 아놀드 보슬루
정보
액션, 드라마 | 미국, 독일 | 142 분 | 2007-01-11


뭐, 기회는 또 왔습니다. 이번엔 2년만인 2007년 블러드 다이아몬드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영화로 제니퍼 코넬리와 함께 나왔었는데요. 1999년 시에라 리온 내전에서 발견된 크고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걸고 벌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평론가들에게는 외면 당했었지만 꽤 인기있었고 재밌었던 영화로 이야기 됐었었습니다.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을 때 이때도 할만 했어요. 라스트킹의 포레스트 휘태커와 비너스의 피터 오툴, 행복을 찾아서의 윌 스미스, 하트 넬슨의 라이언고슬링이었으니까요. 어쩌면 이번만큼은 디카프리오가 타겠지 하고 많이들 생각했죠. 하지만 라스트킹의 포레스트 휘태커가 상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독재자 연기가 너무나도 완벽했기 때문이었죠. 우리나라였다면 공동 수상이 남발이 됐어도 됐었을텐데 아쉽군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2014)

The Wolf of Wall Street 
7.9
감독
마틴 스콜세지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조나 힐, 매튜 매커너히, 롭 라이너, 존 번달
정보
범죄, 드라마 | 미국 | 179 분 | 2014-01-09
다운로드


그리고 2014년.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 주가 조작을 통해 월스트리트에서 화려한 인생을 살던 진짜 쿨하고 멋진 부러웠던 인생의 주인공을 연기했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한없이 가벼움의 극치로 봤었는데, 2014년은 디카프리오가 수상을 바랄 수가 없는 해였어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매튜 맥커너히, 네브래스카의 브루스 던, 아메리칸 허슬의 크리스찬 베일, 노예12년의 치웨텔 에지오포가 경쟁자로 있었는데, 매튜 맥커너히와 치웨텔 에지오프의 경합이었기 때문입니다. 달라스 바이어스와 노예12년은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메인이라고 해도 됐던 영화였으니 말입니다.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 디카프리오가 실존인물 뺨칠정도로 완벽한 캐릭터를 소화했다고는 했지만 결국 상은 매튜 맥커너히가 가져갔죠. 재밌는 점은 매튜 매커너히가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에서도 나왔었는데, 비록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남우주연상을 탔지만, 그가 남우주연상을 탐으로써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팀에서 7명의 사람들이 오스카상을 타게 됐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디카프리오를 제외한 왠만한 제작진은 다 상을 챙겼단 이야기죠. 그러니 디카프리오가 불쌍해 안불쌍해?


아마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를 계속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와 함께 하는 것이 무조건 오스카 트로피를 따기 위해서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 가장 아카데미에 손에 닿기 쉬운 수단이 마틴 스콜세지일테니까요. 아니면 이제 그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후보에 오르면 오르는가보다 상을 못받으면 못받으는가보다 하고 초연해질 수 밖에 없지요. 


연기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에 수차례 도전 한 후에나 트로피를 품에 안는 경우는 한 두번이 아니니 수상에 너무 집착 하는 모습을 보여 아카데미 때마다 그의 무관왕 흑역사가 다루어져 놀려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항상 힘이 들어가는 연기를 하는데 힘을 좀 빼고 마틴 스콜세지를 벗어나 여러 다른 감독들과 함께 하며 더 많은 캐릭터들을 만나봤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곧 조엘 슈마허 감독과 함께 크라우디드 룸에서 24개 인격을 가진 실존인물을 연기한다고 하는데 기대가 됩니다. 그 영화 이전에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과의 더 레버넌트가 개봉을 하니 그 어떤 연기 변신이 있을지 이걸로 수상이 가능할지 점쳐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습니다. 




 

금주 개봉작 소개와 함께 본 내용을 팟캐스트로 듣고 싶으신 분은

아이폰 : https://itunes.apple.com/kr/podcast/tteodeuneun-salam/id954839466?mt=2

아이폰 이외 : http://www.podbbang.com/ch/8398

를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사연, 리뷰, 고민상담, 듣고 싶은 영화이야기, 하고 싶은 영화이야기 등등은

본 블로그나 sayloveuu@gmail.com로 보내주세요.


본 포스팅 내용은 37화입니다.

팟캐스트나 팟빵에서 "떠드는 사람"을 검색하셔도 됩니다.





◀ PREV 1···37383940414243···74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