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린 연애상담을 여자친구에게 보여줬습니다.


  • 저는 26살 남자입니다. 
  • 여친이랑 좀 심각하게 다퉜는데, 분명히 여친 잘못이거든요. 
  • 그런데 여친이 자기 잘못을 모르는겁니다. 
  • 그래서 제가 잘가는 카페에 연애상담글을 올렸어요. 
  • 그리고 댓글도 많이 받았는데 다 하나같이 여친이 잘못했다고 하는거에요. 
  • 저는 당연히 제가 잘못한게 아니라 여친이 잘못한거라고 하니까 여친에게 더 사과를 받고 싶었죠. 
  • 근데 그 날밤에 여친이 전화해서는 저에게 사과를 알아서 하더라구요. 
  • 근데 전 꼭 너가 잘못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카페 글을 캡쳐해서 보여줬습니다. 
  • 근데.. 분명히 읽었거든요? 
  • 근데 답이 없더라구요. 
  • 그게 2일 전인데 지금까지 연락이 없어요. 
  • 잠수이별 당한건가요? 




간혹 커뮤니티에서 연애 상담 하는 글들이 올라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당장 뭐.. 저한테 오는 이메일 사연의 대부분이 연애 상담이기도 한데. 

왜 연애 상담을 공개적인데다가 하는걸까요? 

그 답은 아주 쉽죠. 


내 주변 사람에게 상담하기엔 기본적으로 나라는 사람이 노출되고 있으니 

치부같은 그 이야기를 하기는 좀 어려울겁니다. 

지인과 연애상담을 한다는 건 이런 구차스러움과 귀찮은 과정들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후처리가 어렵죠.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도 어렵구요. 


하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공간이라면 어떻게 말을 하든 상관없고 후처리 역시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누군지 모르고 내 애인이 누군지 모르는데 알게 뭐야? 

게다가 빠른 시간내에 내 답답함을 처리 할 수도 있죠. 

게다가 뻑하면 글을 올리는 세상이니까 말을 하는 것보다 그 편이 더 접근하기가 쉽겠죠. 


요즘은 진짜 별 질문들을 다 하더라구요. 

연애뿐만이 아니라 올라오는 질문들을 보면 생각하는 생각들이란 걸 스스로 안하는 것 같기는 해요. 

글 올리기 전에 생각을 좀 하고 올렸으면 좋겠어요. 

글을 올려도 되나 안되나 이 생각이 아니라 글에 쓸 내용에 대한 생각이요. 

내가 하는 생각이나 방법이 잘못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나 관찰이나 스스로 알아내서 지금을 판단해볼 수 있는 그런 건 왜 안하나요? 

게시판에 이런 남자 어때요? 이런 여자 어때요? 라고 글을 올리는 거 보면 

무슨 소리가 듣고 싶어 그런 글을 올리는건지, 

그 남자 그 여자를 제일 잘 아는 건 본인일텐데 왜 생각을 안할까요? 


그저 자기가 갖고 있는 어떤 생각에 누군가 동의를 해줘서 합리화를 시키고 싶은 그런것밖엔 없는 것 같아요 

그런 글들은. 그냥 흉보는거면 흉보는거다, 위로받고 싶으면 위로 받고 싶다 라고 하시면 됩니다. 


아무튼 그래서 뭔가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으니 

이것이야 말로 객관적인 답이다 라고 함정에 빠지게 되는거구요. 

님께서 댓글을 보고 당연히 내가 잘못한게 아니라 여친이 잘못했다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 바로 이 함정에 빠진건거에요. 

이게 왜 함정이냐면, 말을 하든 글을 쓰든 나는 사실만을 얘기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알고 듣고 본거만 쓰는거니까 내 시점에서 쓰게 되는거에요. 

물론 그게 잘못된 건 아닙니다. 

내가 겪고 내가 생각한게 그거니까 그거에 준하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죠. 

그런데 가끔 답정너처럼 답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 경우는 십중팔구 이야기가 치우쳐 들리겠죠. 

무조건 상대방이 나쁘게 그려집니다. 

그러면 댓글들도 치우쳐져서 올라올 수 밖에 없어요.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게 쓴거니까. 

그런데 그걸 옳다구나 이게 답이로구나 하고 그걸 있는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했다고 칩시다. 

상대방이 그걸 읽고 아.. 정말 내가 쓰레기구나 내가 나쁜 놈이구나 할까요? 

아뇨. 반감부터 생기죠. 

뭐? 나랑 있었던 일을 이렇게 공개해서 써? 라는 생각부터 들겠죠. 

자기가 잘못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해요. 

오히려 자기가 한 잘못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왜냐면 지금 님이 저지른 잘못이 더 큰 잘못이라고 생각할테니까요.


자기 이름이나 자기에 대한 정보가 드러나지 않아도 

상대방은 그 글을 본 사람들이 모두 나를 알게 됐다고 느낄겁니다. 

내가 잘못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심판했다는 사실만으로 몹시 불쾌해지겠죠. 

그건 당연한겁니다. 

그 불쾌함과 황당함으로 님에 대한 많은 생각이 교차할꺼구요. 

그러다 적정 시간이 흐르면 불쾌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이 단순화되면서 

내가 잘못인가 아닌가를 생각하던가, 님에 대한 화풀이를 하게 되겠죠. 

아마 남친은 지금 이 사이 단계에서 온갖 생각을 하고 계시는게 아닐까요. 


여기서 잘못된 건 게시판에 연애상담을 한게 아니에요. 

상담할 수 있습니다. 

앞 서 얘기한 그 이유들로 그건 그럴 수 있어요. 

게시판에서 연애상담한 내용과 댓글을 있는 그대로 여친에게 옮기신게 잘못인거에요. 

게시판의 연애상담은 님이 갖고 있는 생각을 좀 더 정리하고 다시 생각해보고 하기 위함이지 

상대방을 심판대에 올리고 상대방에게 네 심판의 결과다라고 통보하기 위한게 아니니까요. 

그 부분은 이별할땐 이별하더라도 여친에게 님이 사과하셔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연애든 다음 연애든 그런 글들에 대한 댓글은 님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활용하시고, 

여친에게 너 심판당했어 결과를 봐-라는 식의 통보는 하지마세요. 

상대방에겐 그저 합리화 시켜 억지로 내 얘기를 관철 시키고 싶은 투정으로밖엔 안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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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 내용은 39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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