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될뻔한 히치하이커 이야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수에서 낙동강 오리알이 될뻔한 히치하이커 이야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2005)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8
감독
가스 제닝스
출연
마틴 프리먼, 조이 데이셔넬, 샘 록웰, 모스 데프, 스티븐 프라이
정보
코미디, SF, 어드벤처 | 영국, 미국 | 110 분 | 2005-08-26


오합지졸에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인터스텔라보다 심오한 이야기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키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영화를 본 후 그 감흥에 못이기고 엄청나게 두꺼운, 정말 전화번호책 수준의 두께를 자랑하는 원작책으로 다시 읽어 봤었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영화 하나에 그 난잡한 오합지졸들의 향연과 어처구니없는 유머들의 조합은 존재의 가치에 대한 철학적인 메세지와 함께 굉장히 잘 비벼진 비빔밥인 셈이었습니다.


2005년에 개봉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엄청 유명한 감독과 배우들의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 후에 주이 디샤넬이나 마틴 프리먼 등이 500일의 썸머나 셜록과 호빗을 통해 유명해지긴 했습니다만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만 해도 주로 알아볼만한 배우는 아마 존 말코비치 정도였겠죠.


은하계 초공간 개발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는 외계인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자신들의 초공간 이동용 우회도로를 건설하는데 그 건설로에 걸려 있는 지구를 철거하기로 결시합니다. 우리가 도로를 내기 위해 그 길에 걸려 있는 집들에게 철거하는 것과 같은 것인데 그래도 우리는 철거 안내나 철거 명령이라도 하는데 지구 철거에는 그 어떤 안내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지구가 폭발하기 직전 주인공 아서는 친구에 의해 구출이 됩니다. 그 친구는 뭔데 구출을 해주느냐, 알고 보니 그 친구는 외계인이었습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작업하고 있던 외계인인데 자신의 절친인 아서를 데리고 폭발직전의 지구를 탈출해 히치하이커가 되버린거죠. 정말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가!



이 여행을 통해 아서는 지구를 폭발시킨 자뻑왕자병의 은하계 대통령도 만나고 우울증에 걸린 로봇도 만나고 지구에서 썸타던 트릴리언도 만나게 됩니다. 이 영화가 정말 멋진건 이런 독특한 캐릭터들도 있지만, 화려한 비쥬얼고 있고 굉장히 발상들이 신선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캐릭터들이 주고 받는 대사가 굉장히 찰지고 재채있습니다. 아서와 트릴리언의 로맨스도 매력적이구요. 뭔가 스타트랙이나 스타워즈의 시트콤 버전 같다랄까요.


영화를 보고 원작소설을 샀을때 부록으로 수건을 하나 줬습니다. 그 수건에는 크게 Don't panic이라고 써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하지만 꽤나 귀엽게 튀어나오는 말인데 지구종말이 되더라도 우주를 떠도는 히치하이커가 되더라도 쫄지 말란 얘깁니다. 그냥 모두 앨리스가 되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사방팔장 다니란거죠.


내가 보고 듣고 느끼고 있는 이 모든 것이 삽시간에 사라지고 내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면 정말 패닉에 빠져버릴 것 같지만 이 영화처럼 된다면 또 얼마나 즐겁고 신날까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은하계 대통령의 한대 치고 싶은 그 느끼함도 우주선의 모양도 대놓고 웃기고 울리는 걸 질색하는 저에겐 그 대놓고 웃기는 곳곳의 장치들이 그저 씬박하기만 했습니다. 


지구 종말에 대한 이야기는 영화에서 아주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인터스텔라 역시 그랬구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지구 종말 자체에도 굉장히 기발하고 생글생글한 영화로 풀어내버렸죠. 오프닝의 돌고래 이야기부터 쥐 이야기까지 어떤 소재도 버릴 것 없는 영화입니다. 


반드시 원작을 읽어보세요. 그 두꺼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싶지만 초반 꽤나 읽혀지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만 원작을 보면 이 이야기가 찔러내고 있는 핵심의 블랙코미디를 그대로 느끼실 수 있을테니까요. 


철학적이라고? 블랙코미디라고? 그래,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한번 봐보자- 라고 하면 뭔 헛소리들을 이렇게 하는거야 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처음부터 그렇게 파고 들어 보게 되면 골치만 아프고 그냥 보이는 걸 보이는대로 가볍게 보세요. 그럴수록 흥미진진한 영화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이들이 하고 있는 가벼운 장난들이 어떤 묵직한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는 지를 알게 되니까요. 


아마 영화를 보시면 왜 이렇게 영화가 중구난방이야 정신없어! 할지도 모릅니다. 원작부터 기승전결 없이 그냥 되는대로, 내뱉는대로 만들어진 것처럼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때문에 SF영화라고 하지만 꽤 낯선 느낌이 가득한 영화입니다. 그런 느낌인 것에 비해 캐릭터들이 한없이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죠.


이런 괜찮은 영화가 단관개봉을 했었습니다. 서울 종로 헐리우드 극장에 있는 예술영화전용상영관 필름포럼에서만 개봉했었습니다. 정말 아쉬운 일이죠 이런 영화가 널리널리 상영됐어야 했는데. 아마 요 근래에 나왔다면 좀 더 관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데 심지어 극장에서는 편집도 됐고 오번역도 좀 있었습니다. 나중에 DVD로 다시 봤을때 편집된 부분을 발견하고 혼자 흥분했던 기억이 있군요. 이 영화 언제 한번 제대로 재개봉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제대로 다시 한번 보고 싶군요.


인터스텔라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을 보면서 뭔가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인데 그냥 과학이론이고 뭐고 다른 영화랑 이어지고 등등 챙겨야 하는 잡다한 것들 집어치우고 그냥 다이렉트로 낄낄거리며 오호 오호 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만한 영화가 없지 않을까 싶군요. 영국식 유머도 즐기실 수 있을겁니다.




금주 개봉작 소개와 함께 본 내용을 팟캐스트로 듣고 싶으신 분은

아이폰 : https://itunes.apple.com/kr/podcast/tteodeuneun-salam/id954839466?mt=2

아이폰 이외 : http://www.podbbang.com/ch/8398

를 이용해 주시면 됩니다.

본 포스팅 내용은 25화입니다.

팟캐스트나 팟빵에서 "떠드는 사람"을 검색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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