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는 내 인생
나 없는 내 인생 (2006)
My Life Without Me
- 감독
- 이사벨 코이셋
- 출연
- 사라 폴리, 마크 러팔로, 스캇 스피드맨, 데보라 해리, 아만다 플러머
- 정보
- 로맨스/멜로, 드라마 | 캐나다, 스페인 | 106 분 | 2006-10-12
추천해드릴 영화는 2003년 스페인 캐나다 영화 <나 없는 내 인생>입니다.
제목이 재미있죠? 내 인생에 내가 없으면 그게 무슨 내 인생이야 싶고. 이 영화의 주인공 ‘앤’은 17살에 너바나 공연에 갔다가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어린 나이에 첫 아이를 낳게 되죠. 그렇게 6살 4살의 딸을 둔 23살의 엄마가 됩니다. 17살에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느라 제대로 된 학교생활이나 제대로 된 생활을 해볼 사이도 없이 일자리 걱정이 끝이 없는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좁은 컨테이너 박스 생활을 하며 살게 됩니다. 하지만 앤은 행복했어요. 사랑스러운 두 딸과는 누가 봐도 부러울 정도로 즐거운 교류를 나누었고, 앤이 야간 청소부 일을 하고 차갑디 차가운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 잠이 덜 깬 상태에서도 앤의 몸을 호호 불어주고 만져주며 앤의 차가운 몸과 마음을 녹여주는 남편이 있었으니까요. 오히려 앤은 셋째 아이를 원할 정도로 가족애가 큰 행복한 여자였습니다. 남편이 앤과의 만남을 추억하며 그때의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은 정말 좋습니다. 이런 달달한 남자라면. 이라고 순간적으로 홀랑 넘어갈뻔 하죠 ㅎㅎ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앤의 인생은 자궁암 말기라는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앤이 병원에서 의사와 나란히 앉아 의사로부터 자신의 남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때의 앤의 표정변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인상적입니다. ‘앤’ 역을 맡고 있는 ‘사라 폴리’가 네임벨류에 비해 연기가 괜찮은 편이죠. 아무튼 앤은 자신이 죽게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뭐.. 가끔 생각해보잖아요? 죽기 전에 사과나무를 심을 것인가 말 것인가. 죽기 전에 뭘 할 것인가 그런 걸 생각해보게 되는데.. 저는 제가 갖고 있는 물건들을 다 팔꺼에요. DVD나 비디오테이프나, CD나 피규어, 만화책 등등 제가 죽고 나서 아무렇게나 방치되거나 아무렇게나 버려지거나 그 물건들의 의미를 모르고 가져가는거보다 그게 정말 갖고 싶거나 그게 뭔지 아는 사람에게 주거나 팔고 싶어요. 판 돈을 유산으로 남겨 주겠습니다. ㅎㅎ 그 외엔 여행도 여기저기 많이 했고 여러가지 활동들도 해봤고.. 아직 결혼이나 출산이나 그 뒤의 영역들은 못해봤지만 지금까지를 생각해보면 제 또래의 친구들에 비해 잡다한 경험들을 많이 한 것 같아서 큰 미련은 없어요. 하지만 앤은 달랐죠. 앤은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얼마나 하고 싶었던게 많았겠어요.
앤은 자신이 죽게 될꺼란걸 주변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묵묵히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하고 싶었던 것과 남은 사람을 위한 일과 자신을 위한 일로 나누어 10가지 리스트를 만들어 나갑니다. 아이들을 위한 생일 메시지를 녹음해두고, 남편에게는 자신이 직접 고른 괜찮은 여자를 소개시켜줍니다. 내가 없는 내인생을 위해 앤이 준비한 것은 그것이었어요. 내가 존재하지 않지만 나와의 커넥션을 갖고 이들의 삶 속에 내 인생이 존재하는 그런 것인거죠. 그들이 나를 기억하고 나를 추억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동안에는 내 존재는 없지만 내 인생은 계속 된다는 이야기인거에요. <원피스>에서 쵸파에게 히루루크가 말합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내가 사라져도 내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말이죠. 앤도 같은 마음이었을겁니다. 자신이 사라져도 자신의 사람들이 행복한 삶을 계속 살기를 바라며, 그 안에 나 없는 내 인생이 함께 계속 되기를 바랐던거죠.
<나 없는 내 인생>은 주제나 소재, 전개가 굉장히 신파적인 요소들이 많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눈물바람으로 내용을 날려 버리지 않아요. 앤의 그 감정들을 값싼 동정으로 날리지 않고, 앤의 삶을 보다 객관적으로 그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딸들에게 사랑한다고 매일 여러 번씩 말해주기, 남편에게 조신한 신부감 구해주기, 애들이 열여덟살이 될깨까지의 생일축하 메시지 녹음하기, 가족 모두 해변으로 놀러가기, 담배와 술을 마음껏 즐겨보기, 내 생각을 말하기, 다른 남자와 사랑하는 것은 어떤지 알아보기, 누군가 날 사랑하게 만들기, 감옥에 계신 아빠 만나기, 손톱손질과 머리 모양 바꿔보기 같은 하잘없는 것 같지만 소박하고 소박한 앤의 리스트가 하나씩 지워질때마다 앤과 함께 자신의 삶이나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생각해보도록 하죠.
같은 소재와 내용으로 다른 느낌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특색이 갖춰져 있지도 않고 아쉬움도 있는 영화이지만, 앤이나 앤의 상황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나 역시 앤과 같은 버킷리스트를 쓸 것인가, 나 없는 내 인생은 어떻게 될까 이런 것들에 대한 생각으로 여운이 남게 됩니다. 영화는 앤처럼 그렇게나 담담하죠. 앤은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이행해 나가면서도 진심을 보여주진 않아요. 앤이 진심을 보여주는 장면은 다른 남자와 짧은 사랑을 나눌 때 나옵니다. 어벤져스의 헐크인 마크 러팔로가 그 상대남역으로 나오는데, 자신에게 관심을 갖는 남자와 은밀한 만남을 갖지만 내가 죽기 전이니까 라던가 등의 기만하는 느낌 없이 서로를 원하는 마음으로 만남을 갖습니다. 사랑의 상처가 있던 남자는 앤을 통해 그 상처를 조금은 치유받고, 앤은 울고 말죠. 앤이 울고 만 것은 이 남자와의 사랑이나 후회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남편을 더 사랑할 수 없기 때문이었을꺼에요. 내가 다시는 누구를 사랑할 수도 없고 사랑받을 수도 없고, 남편을 더 사랑할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고 아이들과도 마찬가지인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도 서러워서 울 수 밖에 없었겠죠. 그때만큼은 자신의 죽음과 직면하고 있는 앤의 모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줍니다.
영화는 연기도 좋고, 연출이나 편집, 음악 등등 참 좋아요. 신파성은 거의 없지만, 역시나 감정이입을 해버리면 울컥하게 되는 장면들이나 감정선들이 확실히 있구요. 그리고 요즘 드는 생각인데, 앤처럼 나 없는 내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시간을 갖지도 못한체 작별인사도 하지 못하고 떠나버린 이들이 많기 때문일까요.
<나 없는 내 인생>을 보면서 나는 내가 없는 삶에 무엇으로 내 인생을 이어나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결혼이라던가 자식이라던가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살아온 인생에 어쩌면 그렇게 나 없는 내 인생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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